포커스(test@kidok.com) / 2024년 02월 21일
[데일리굿뉴스] 최상경 기자 = "수지가 담배를?", "쉴 새 없이 피어대는 담배조차도 너무 예쁘다", "인물 표현에 담배가 찰떡이네."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를 본 대중의 반응이다.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보다는 칭찬 일색이다. '이두나'의 타이틀롤을 맡은 수지는 극중 시종일관 담배를 입에 물고 등장한다. 캐릭터 특성상 줄담배를 피는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것인데, 오히려 인물의 분위기를 잘 표혔했다는 호평과 함께 화제가 됐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보면 무분별하게 흡연 장면이 등장한다. OTT 콘텐츠에는 드라마 '이두나'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성인으로 등장하는 '더글로리', '최악의 악' 등은 물론 고교를 무대로 한 '소년시대' 등에도 흡연 장면이 무방비로 노출된다.
'더글로리'의 경우 주인공이 담배를 물고 있는 장면이 매회 등장할 정도다. 티빙(TVING)의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18세 이상 관람가이기는 하지만, 성인인 교사가 학생에게 담배를 권유하거나 학생의 담배를 빌려서 흡연하는 장면이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 넷플릭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도 흡연을 하는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114분의 상영 시간 중 음주와 흡연 장면은 30분을 넘는다.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는 고등학생들이 관람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OTT 5곳의 인기 상위 드라마 14편 가운데 4편만이 흡연 장면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14편 중 10편에선 출연 배우가 담배 피우는 장면이 모두 142회 노출됐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아동청소년 콘텐츠에서도 흡연 장면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 대상 중 연령 등급이 '전체 관람가'로 분류된 웹툰 총 64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편(46.9%)에서 담배가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세 이상 관람가' 웹툰의 경우 담배 등장 비율이 83.3%에 달했다.
현재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의 경우 직접 흡연 장면은 묘사하지 않거나 블러 처리하는 데 반해 OTT 등에선 별다른 제재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OTT의 경우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보호법의 적용 대상인데, 유해 사이트와 불법 정보 유통만 규제받기 때문에 흡연 장면을 자유롭게 노출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흡연 장면은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의 흡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청소년들이 영화나 미디어 속 흡연 장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흡연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모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원은 "흡연 장면은 충동을 일으켜 실제 흡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미디어와 영화, 특히 청소년이 즐겨보는 OTT 콘텐츠에서의 흡연 장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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